인간은 생물학적 진화 말고도 문화적인 진화를 겪고 있다. 아직도 창조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진화론을 기준으로 해서 인간사를 다시 살펴보면 참으로 재미있는 해석들이 많다.
예를 들면, 스트레스에 의한 질병이 있다. 현대
의학은 원인을 찾기 어려운 질병은 일단 스트레스라고 진단한다. 마치 우리의 전통 한의학이
원인을 찾기 어려운 질병이 어혈(瘀血) 때문이라고 하듯이..
인간이 오래 전에 받는 스트레스 중 가장 흔한 것은 맹수에 쫓기는 일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심박을 빠르게 하고 근육에 에너지를 공급하여 위험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런데, 현대에 사는 인간은 맹수에 쫓기는 일은 없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아직 그러한 것에 적응하지 못한 채,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맹수에게 쫓기는 상황을 구별하지 못한다. 따라서,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심박이 빨라지고 근육에 에너지를 공급하지만, 막상
도망갈 일 없는 우리의 몸에 그러한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방치하면서 근골계와 면역체계에 손상을 준다.
본인이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전반적으로 맞을 것이다 ^^; 웬지
그러한 것이 공항 장애가 발생할 때 이유 없이 심박 수가 높아지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또 한 가지 본인이 관심을 갖는 것은 뇌와 생각 그리고 감정(심리학)에 대한 것들이다. 하지만, 오늘은 문화적 진화의 관점에서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
마치 환경의 변화를 신체가 알지 못하고 올바른 대응을 하지 못해서 부조화가 일어나 새로운 질병이 생긴 것처럼, 문화적 변화에 우리가 적용하지 못하여 우리 사회가 병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문화적인 충격이 가해지고 있지만, 나는 그 중에서도 종교의 붕괴가 가장 심각한
충격이라고 믿는다. 본인은 종교를 버린 지가 오래 되었기 때문에 종교를 옹호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쓰는 글은 아님을 밝혀둔다.
예전에는 누군가 실수를 하거나,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경우 "운이 없었다"라고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자신 또는 당사자를 탓하기 시작한다. 물론 이 차체가 잘 못 됐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철학적 변화가 무한경쟁이라는 서글픈 현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될 수도 있고, 또는 누구나 1등의 조명 아래 보호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을 잊도록 한다. 그로 인해서 전체 시스템의 질을 끌어 올리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개인에게서 여유로운 삶을 강탈하여 자살로 이어지는 사회적 비극을 이끌게 된다.
성공도 실패도 운이 어느 정도 작용하게 되며, 그 결과가 반드시 그의 잘못이거나, 혼자 잘나서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때, 그렇게 긴박하게 흐르는 프레스토(Presto)와 같은 삶 속에서 쉼표를 발견 할 수가 있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천벌과 이웃의 눈을 무서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천벌과 이웃의 눈을 두려워하기
보다 한 걸음 더 뒤쳐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 속에서 살아간다.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더, 사람들은 영악해져 가며 구태여 착하게 살아갈 명분을 찾지 못하게
됐다. 이것이 바로 내가 종교가 붕괴되어 간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종교가 십자가나 불상을 의미하지 않고, 내세(來世)나 지옥과 같은 인류의 행동 양식을 바로 잡는 기제(機制)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뜻 한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착하게 또는 바르게 살아간다는 것은 점점 더 "바보가 되어 간다"라는 의미로 통하고 있다. 더욱이 법이 정의롭지
못하고, 정치가 그 바닥을 보여주고 있으며, 기업가들은 윤리와는
담을 쌓고 지낸다. 또한, 그곳에 선봉을 선자들이
너무나 뻔뻔하게 잘 살아간다.
이러한 현상들은 이성을 넘어서는 긍극의 목표와 가치를 가진 길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어떤 형태이든 종교라고 부른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지 신념이 지극해지면 신앙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나의 주장은 "무너져가는 종교를 되살리자"와는 거리가 멀다.
사람들이 여유를 가지고 편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 두렵지 않고, 사람들이 올바른 길을 선택해도 손해보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그러한 시스템의 진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 내가 이 글을 쓰게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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